(스물아홉 백수의 취업과 생활이야기를 담은 솔직, 담백한 이야기)

철수를 사용하기 전에 반드시 사용설명서를 읽고 상황에 맞게 정확히 사용해 주십시오.”
‘2011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신인 작가 전석순의 장편 ‘철수사용설명서’는 이렇게 시작된다. 취업에 늘 실패하는 루저 인생, 철수의 이야기는 새로울 게 없지만 가전제품 사용설명서의 양식을 따라 구성해나간 형식의 새로움이 있다. 외모, 집안, 학벌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스물아홉 살의 백수, 철수는 말 그대로 철수다. 대한민국 평범한 남자의 대명사다. 그러나 철수는 신제품 체험 사용 기간조차 주어지지 않는, 시대에 뒤떨어진 저용량의 구식 모델 냉장고처럼 취급된다. 주위 사람들과 기업들은 철수가 업그레이드되길 바란다. 좋은 상품이 되기 위해 아이부터 어른까지 고된 일상을 견뎌내는 현실을 꼼꼼하게 찍어 설득력 있는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어냈다.
이 소설은 효능과 효율만 강조한 나머지 인간을 가전제품으로 취급하여 규격화된 성능과 양식을 요구하는 사회, 우리 주변 대다수의 '철수'들을 구형 제품으로 취급하는 사회, 고장이 나면 바로 폐기 처분해 버리는 사회를 꼬집는다. 하지만 완벽한 제품은 처음부터 없었으며 그건 철수도, 철수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한다. 단점이 아니라 동등하게 서로의 특징이나 장점에 대해서만 나누는 '사용 설명서'만이 모두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방법임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