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의 영화음악

음악FM 매일 11:00-12:00
신영음 책선물(9/26~)
2011.09.25
조회 1171
# 도서출판 창비 제공, 공지영 작가의 소설 <도가니>



안개 속에서 무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진실을 결코 개들에게 던져줄 수 없습니다!”

뜨거운 호응과 화제를 불러일으킨 공지영의 야심작! 공유 주연의 "도가니" 영화 원작소설!


선과 악, 진실과 거짓이라는 자못 평범할 수도 있는 보편적인 주제를 흥미진진하게 다루면서 오늘 한국사회의 현실에 대입해 악의 본질, 거짓을 용인하는 우리들의 무의식, 진정으로 우리가 잘산다는 것의 의미를 가슴치며 되묻게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성실한 취재와 진지한 문제의식이 특유의 힘있는 필치와 감수성에 힘입어 감동적으로 되살아난다.
이 소설은 지난 2005년 TV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광주의 모 장애인학교에서 자행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취재를 바탕으로 씌어진 소설이다. 작가는 현장에서 오랜 기간 취재하고 자료를 수집한 뒤 집필에 임했다. 작품 곳곳에 묘사된 폭력과 성폭행 장면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끔찍해서 읽는이로 하여금 종종 가슴을 쓸어내리고 숨을 고르게 만든다. 하지만 작가는 소설에 묘사된 사건과 사실은 실제 일어난 것에 비하면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소설보다 현실이 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작품을 읽다보면 이 현실에 대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우리사회의 극단적인 이면에 대해 곰곰이 생각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작가는 우리사회에 잠재되거나 우리가 부끄러워하고 애써 외면하려는 거짓과 폭력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진실을 똑바로 보게끔 만든다. 이를 통해 우리사회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이 어느정도 성숙해졌다는 믿음이 한갓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이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들려주는 소중한 메씨지인지도 모른다.

현실에서 진실은 비논리적이고 게으르고 거짓의 에너지는 예상보다 강력하다는 작가의 통찰력은 바로 기득권세력을 유지하는 우리사회 씨스템의 속성을 아주 적확하게 파악한 것이다. 거짓되고 공고한 이 씨스템 안에서 약자들의 권리와 인권은 종종 무시되고 억압당한다. 더군다나 듣지 못하고 말 못하는, 심지어 지적장애까지 있는 중복장애인, 그중에서도 어린아이들의 인권이야 아주 쉽게 유린할 수 있다는 모종의 무의식이 기득권세력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작가는 ‘서유진’의 입을 통해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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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형출판사 제공, <활을 쏘다>책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우리 활쏘기의 모든 것을 담은 책)



김형국 지음, 활을 쏘다, 효형출판, 2011

활의 목적은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다
영화《최종병기 활》이 인기다. 어찌 보면 나약해 보이는 무기인 활의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잘 드러내고 있어서가 아닐까? 실제로 활은 일 대 일 전투에서는 치명적인 무기가 된다. 《태조실록》에 따르면 태조 이성계는 홍건적이 침입하였을 때 적장 납합출을 활로 쏘아 죽여 아군의 사기를 드높였으며, 왜구와 싸울 때는 깃을 단 화살로 왜적의 왼쪽 눈만을 쏘아 맞혀 적의 기를 순식간에 떨어뜨렸다. 영화 속에서도 등장하여 위력을 발휘한 애깃살도 빼놓을 수 없다. 애깃살은 80센티미터 전후 길이의 참나무 또는 대나무 통인 통아(桶兒)를 총신으로 삼아 거기에 35~50센티미터 길이의 살을 넣고 각궁에 걸어 발사한다. 조준 사거리는 일반 화살이 120보 정도였던데 비해, 애깃살은 130보로 길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명중률과 관통력이 월등하게 뛰어나 저격용으로 활용되었다. 또한 화살의 길이가 짧아 적군이 주워도 다시 사용할 수 없다는 장점이 있었다.
따라서 영화 속에서 남이가 종횡무진 활약하며 청나라 장수들을 차례차례 활로 쏘아 맞혀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것은 단순한 상상력의 비약이 아니다. 더욱이 유일한 혈육인 여동생 자인을 구하기 위해 오라버니가 벌인 사투이니 그 현실은 영화보다 더욱 치열했으리라. 그럼에도 남이는 함부로 인명을 살상하지 않았다. 청나라 정예부대의 수장 쥬신타는 자신을 죽일 기회가 있었음에도 끝내 활을 쏘지 않은 남이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남이의 답은 간단명료했다. “내 활은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다.” 활이 단순히 살상무기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드러낸 명대사다. 임진왜란 이후 전투병기로서 활의 위력이 사라진 후에도 활의 힘이 면면히 이어져오는 데는 다 까닭이 있는 법. 그렇다면 도대체 활에는 어떤 매력이 있는 것일까?

왜 지금 활인가
활의 힘은 영화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에도 활에 취하고 미친 사람들이 있다.《활을 쏘다》는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 스스로 활에 입문하여 보고 듣고 배운 활쏘는 법을 상세하고 알려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활에 얽힌 사회문화사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