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빌 어거스트, 출연: 제레미 아이언스, 멜라니 로랑, 잭 휴스턴, 영화 개봉 예정.
철학을 문학으로 풀어내 150만 독자의 심금을 울리다
『리스본행 야간열차』가 던진 화두다. 작가는 계속해서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건가?”라고 묻는다. 철학적이며 실존적인 질문이다. 베를린자유대학 철학과 교수이자 작가인 파스칼 메르시어는 이 문제를 문학이라는 틀 안에서 풀어내 독자와 평단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2004년 출간 이래 독일에서만 150만부를 판매, 현재까지 3년 연속 아마존 베스트셀러 10위권을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이 작품은 23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철학교수를 세계적인 유명작가로 발돋움하게 해주었다.
언어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기 때문에 불행해진다
작가는 프라두의 입을 빌려 글쓰기를 실존과 언어의 문제로 바라본다. 내가 인식하는 자아와 타인의 눈에 드러난 자아, 남이 말하는 나와 내가 말하는 나, 현재의 삶을 경험하는 나와 감추어진 삶을 지향하는 나 사이의 간극. 작가는 이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 점에서 그는 나보코프나 카프카와 비견된다. 그러나 현란한 은유와 지성의 언어로 사유의 세계를 넘나드는 대목은 움베르트 에코가 떠오를 정도다. 이는 메르시어가 오랫동안 언어와 철학의 문제에 천착해온 학자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작가는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와 그의 내면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믿는다. 이는 라틴어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표현하는 그레고리우스의 고백 속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야간열차를 타고 인생의 궤도를 완행하다
그레고리우스를 리스본으로 이끌었다가 다시 삶의 터전인 베른으로 데려온 야간열차는 인생이라는 여정을 의미하는 메타포다. 여행은 길다. 모든 관계에 끝이 있듯이 인생이란 여정도 언젠가는 종착역에 닿는다. 여행의 시작과 끝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다는 것, 여정에서 만나는 사람들마저 온전히 선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바로 존재의 아픔이다. 작가는 프라두의 입을 빌어 “움직이는 기차에서처럼, 내 안에 사는 나”라고 말한다.
프라두의 족적을 따라 사유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레고리우스. 그는 “사유의 바깥쪽에는 설 자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생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로 결론짓는다. 그레고리우스와 함께 매력적인 여행에 동참하고 난 뒤 어떤 행보를 취할 것인가는 이제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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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가지 제공, 동명의 영화 개봉예정 <무명인> 책

나의 기억, 그리고 인생 전부가 사실은 나의 것이 아니라면?
제15회 산토리 미스터리 대상 독자상 수상작, 2014년 영화 개봉!
기억과 정체성이라는 테마를 과학적 상상력과 치밀한 서스펜스를 바탕으로 흥미진진하게 풀어 간 『무명인(원제:게놈 해저드)』이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저자 쓰카사키 시로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발표하며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중견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산토리 미스터리 대상 독자상을 수상한 이번 작품은 기억에 문제가 깨달은 주인공이 자신의 진짜 정체성과 아내의 죽음에 얽힌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을 속도감 있는 전개와 촘촘한 구성을 통해 보여 준다. 기본적으로는 스릴러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본격 추리와 SF의 성격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엔터테인먼트 소설로서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무명인』은 「야수」의 김성수 감독, 한?일 유명 배우 김효진과 니시지마 히데토시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어 2014년 상반기에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성수 감독은 자료 조사를 하던 중 우연히 원작 소설을 접하고는 기억을 소재로 한 기존의 이야기들과는 다른 독특한 설정과 ‘누가 아내를 죽였는가?’라는 미스터리에서 확장되어 가는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고 영화화를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영화는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국내에 먼저 선을 보였는데, 예매 시작 14초 만에 표가 매진이 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