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의 영화음악

음악FM 매일 11:00-12:00
책선물(1/26~)
2015.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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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숲 제공, <허삼관 매혈기> 책

(가족을 위해 피를 팔아 살아가는 한 남자의 눈물과 웃음을 그린 내용으로,
하정우, 하지원 주연의 영화 ‘허삼관’의 원작소설입니다.)




<허삼관 매혈기>는 한평생 피를 팔아 가족을 위기에서 구해낸 생사 공장 노동자 허삼관의 이야기다. 피를 팔아야 건강을 증명하고 돈도 벌 수 있다는 말에 생애 처음으로 피를 판 허삼관은 그 돈으로 마을에서 제일가는 미인 허옥란과 결혼하고 일락, 이락, 삼락 삼형제를 낳는다. 그러던 어느 날 자기 아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일락이가 대장장이 방씨 아들의 머리를 돌로 내리친 일을 수습하느라 두 번째로 피를 판 이후, 삶의 모든 고비를 피를 팔아 넘어서는 ‘매혈 인생’을 걷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대약진 운동, 문화대혁명 등 중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배경으로 삼아, 과감한 생략과 호쾌한 문체를 통해 허삼관의 고달픈 매혈 일지를, 역설적이지만 대단히 흥겹게 따라간다. 오십칠 일간 옥수수죽밖에 못 먹은 식구들에게 국수를 사 먹이기 위해, 농촌 생산대에서 피골이 상접해 돌아온 일락이에게 용돈이라도 쥐어주기 위해, 또 이락이네 생산대장을 접대하기 위해 피를 파는 허삼관의 모습은 안쓰럽기 그지없지만, 그를 비롯한 좌충우돌 결점 투성이의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는 시종일관 포복절도할 웃음을 선사한다. 사경을 헤매는 일락이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여러 도시를 돌며 며칠에 한 번씩 피를 파는, 가장 고통스런 장면에서조차 작가는 능청스런 익살과 해학을 놓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들의 진솔한 휴머니즘
<허삼관 매혈기>의 또 하나의 미덕은 병들고 가난한 삶일지라도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애정과 인간적인 품격을 잃지 않는 진솔한 휴머니즘이다. 허삼관은 알고 보니 자기 아들이 아니었던 일락이를 애증이 뒤섞인 눈으로 바라보다 결국 말없이 품안으로 끌어당긴다. 많은 독자들이 그가 일락이를 등에 업고, 있는 대로 욕을 퍼부으면서도 국수를 사 먹이러 승리반점으로 향하는 모습을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는다. 이는 남의 자식을 애지중지했다는 억울하고 분통 터지는 감정이 그가 그토록 강조한 ‘양심’으로 옮아가는 결정적인 순간이기 때문이다. 결국 허삼관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일락이를 위해 가장 많은 피를 팔며 자기 몸 하나로 해낼 수 있는 인간다움의 최대치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