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이 맺힌 풀 위를 기어가는 달팽이를 바라보며
이 좁은 머리 속에
새로운 삶의 이치를 깨닫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생소한 기쁨을 누립니다.
나도 그들처럼 살아가게 하소서.
짧은 길, 오랜 시간을 도구삼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한 순간도 쉬이 내버리지 않고
하나 하나의 일리(一理)를 발견하는 지혜를 배우길 원하나이다.
나를 스쳐지나가는 모든 것들을 벗 삼아
세상 모두를 나의 재산으로 만드는 그 놀라운 경륜을
엄지손가락 반 토막만한 달팽이를 보며 배울 수 있는 것은
한 줌의 모래에서 우주를 발견하게 하시는
창조주의 섭리에 기대어 살아가는 인생이기 때문이오니
서로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로
당신의 창조를 알아가는 기쁨을 누리게 하소서.
나도 그들처럼 젖은 길만을 걷기를 원하나이다.
눈물로 머리카락을 적셔 사랑하는 당신의 발을 씻었던
한 여인의 애절한 사랑,
눈물을 길 위에 뿌려 당신을 향해 길 여행을 떠나는
달팽이의 사랑,
나에게는 없는 사랑,
조각난 사유의 파편으로 이제는 존재감이 사라진 머릿속 고백이
가벼운 먼지만 풀풀 날리며 당신을 숨 막히게 하고 있는 나에게
젖은 길 걸어가며 사랑할 수 있는 거듭남이 있게 하소서.
사랑한다는 것이 그런 것이지요.
눈물을 흘릴 수 있고,
눈물을 참을 수 있고,
하여, 눈물과 벗 삼아 살아가는 것이 사랑의 모습이겠지요.
주여, 당신을 향한 머나먼 길 여행,
당신이 뿌린 사랑과 나의 눈물의 고백이 뒤섞인 그 진흙탕을
천막하나 들 처 업고 맨 몸으로 걸어가길 원합니다.
풀 끝 낭떠러지를 향해 기어가는 달팽이처럼
죽음이 두렵지 않는 그 사랑 하길 원하옵니다.
나의 사랑 고백이 당신께 다다르길 원하오며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새아침의 기도
6월 9일 풀 위를 기어가는 달팽이를 위한 기도
2008.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