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시처럼
좁은 과육속이지만 달고 긴 사랑을 하는 벌레들의 사랑이
오늘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이게 하소서.
변변한 이름 없이
과일의 이름에 기대어 존재 지어지는 그 겸손함이 부러운 것은
아직 내 사랑 미약하여
당신의 이름에 기대어 살지 못하는 모습이 부끄럽기 때문이오니
나로 그 사랑 닮게 하소서.
무너져 내릴 것 같은 탄장에서처럼
누군가에게 잘게 씹혀질지 모르나
그러나 그 자리 벗어 날 수 없는 것은
단 하나의 사랑이 그의 삶 모두이기 때문인 것을,
그 단 한 번의 진실한 사랑을 위하여
미천한 생 쉬이 던져버릴 수 있는 것을,
그저 다시 찾아올 새벽을 기다릴 뿐 인 것을,
나의 가난한 사랑에도 이해되게 하소서.
무너져 내려 절벽이 생기고
날카로운 공포가 그 사랑을 엄습하여도
멍든 무릎으로 기어
사랑의 길을 걷는 모습,
혹 세상에게 한 생을 선물하였던 청년 예수의 사랑이 아니었는지요.
내가 세상을 사랑하노라라는 한 마음으로
내리치는 채찍 맨 몸으로 이겨내고
찢겨지는 고통에 사랑 한 입 어금니에 베어 물고 참아내며,
고통스러운 비명, 속으로 삭혀
세상을 향한 사랑만을 말하였던 당신의 기도가,
십자가에서 산화한 당신의 사랑이 아니었는지요.
하찮게만 바라보았던 많은 것들
그 하나 하나의 존재들이
멀쩡한 육신을 가지고도
변변한 사랑한번 하지 못한 나를 부끄럽게 하는 것은
지금 나는 나만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이 짧은 생, 사랑에 미쳐 사는 기회를 허락하소서.
그래서 나도 그 달콤한 죽음 속을 살아갈 수 있는 기쁨을 허락하소서.
그래야 살 수 있을 것 같아
예수님께 간절히 기도합니다. 아멘.
새아침의 기도
6월 7일 과육 속의 벌레를 생각하며(김경수의'사과벌레의사랑'을읽고)
2008.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