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아침의 기도

4월 8일 선거판에서 사라진 이방인들을 생각하며
2008.04.08


지루하게 내리는 장마가 사람을 지치게 하듯이
귓가에 피로만 쌓이게 하는 유세의 고성이
주님으로 맑은 영혼에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맑은 물에 떨어진 기름 한 방울이
평생을 서로 섞이지 않고 나누어지듯이
너나 할 것이 없이
자신의 이름에 걸맞지 않는 당(黨) 이름 하나씩 걸어두고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고 있는 지금의 시간은
이 새벽이 하루의 기대를 품기 위한 기도처가 아니라
소음에서 벗어나고 픈 마음 위로하는 피난처가 되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나라를 살리겠다고 들 소리질러가며
전혀 공감할 수 없는 몸짓과 고성으로
잠깐 노력하는 시늉은 내었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는
내일부터 이방인이 되겠지요.

카메라의 조명아래
수 십 여명 사람들 몰고 다니며
시장 통을 거닐며 소금 한 줌 주어 먹고,
입에 대지도 않았을 국밥 한 그릇에 가식의 웃음 한번 날리고,
길 목을 막고 늘어놓은 기나긴 연설에
더 한 갈증만 생기게 하니
이방인을 바라보는 구경꾼들의 겉치레가
그 어떤 생명을 살리리이까

빨간 색, 파란 색, 노란 색…
단색 옷을 입고 설쳐대느라 단색이 되어버린 사람들
하나의 색깔만 바라볼 줄 아는 사람들이
어찌 복잡다단하게 돌아가는 사람들의 삶 앞에
진지한 고민을 늘어놓을 수 있겠나이까.

그들만의 밥 그릇 싸움에 놀아나는 사람들,
그들만의 정치판에 놀아나는 이방인들,
정신없이 놀아난 죄로 더 이상 심판 할 수 없는 곳으로 돌아간 이방인들,
그 자리 한 켠 에서 슬픈 목소리 감추며
주님의 정의가 서길 바라는 마음 담아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