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는 바람이 나에게 전하는 말을 듣게 하소서
풀벌레 소리들의 울음이 나를 향한 사랑고백임을 알게 하소서
봄바람에 서로 부딪기며 들에서 파도치는 바다소리가
사랑으로 이루어낸 삶의 노래로 들리게 하소서
그 모든 것이 수면 위를 운행하시는 하나님의 지휘로 이루어진 교향곡임을 알게 하소서.
봄이면 들녘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는 생각을
여름이면 바지를 무릎까지 걷고 시골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는 생각을
가을이면 떨어지는 낙엽에 스스로의 눈물로 편지를 쓰는 멋스러움을
겨울이면 맨발로 눈을 밟아 계절의 변화를 느껴보는 낭만이 있게 하소서.
세상에 나만이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만남을 통해서 알게 하시고
세상에 여기만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여행을 통해 알게 하시고
내가 잊어가는 것들에 대해서는 향수를,
나를 잊어가는 것들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자기를 잊어가는 것들에 대해서는 연민을 갖게 하소서.
그리고 나에게 일어나는 이 모든 변화가 당신께서 말한 ‘거듭남’임을 알게 하소서.
이 새벽에 주님께 나아와 기도하는 나의 삶이
여유로운 나를 알리는 증거가 되게 하시고
때로는 소리 내어 기도하는 성급함보다는, 불안함 보다는, 간절함 보다는
조용히 읊조리며 당신과 대화하며 미소 지을 수 있는 시간이 되게 하소서.
나의 입을 떠나는 많은 말이 아니라,
내 가슴으로 잡을 수 있는 하나의 단어를 고이간직하며 눈물 흘리는 시간이 되게 하소서.
침묵 속에 들리는 당신의 음성에 아멘으로 화답하게 하시고
그 음성이 오늘 나의 하루를 쉴만한 물가와 푸른 초장으로 인도함을 고백하게 하소서.
없다, 없다하는 자신에 대한 궁색한 변명보다는
자족함으로 스스로 위로하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나임을 고백하게 하소서.
주님의 여유로운 통치를 기억합니다.
“너희에게 평안을 주노라”
빠르게 지나가는 세상의 흐름 속에서
얼마나 빨리 달리느냐가 아니라
어디로 가고 있느냐를 나에게 물으시는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새아침의 기도
삶에 여유가 있게 하소서 (4/29,일)
2007.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