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부산 취재 중 대신동의 어느 돼지국밥집엘 가게 됐다.
관광객들에겐 알려지지 않은 맛있는 집들이 골목골목 숨어 있다.
그날 찾은 돼지국밥집도 그런 집이었다. 자리에 앉자 앞치마를 두른 주인아주머니가
깍두기와 배추김치, 양파와 풋고추, 새우젓, 부추무침이 담긴 접시를 탁자 위에
툭 툭 내려놓고는 다시 주방으로 돌아갔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주방에는
돼지고기 육수가 담긴 커다란 솥이 뿌연 김을 뿜어내며 끓고 있었고,
한쪽 옆엔 삶은 돼지고기가 가득 올려진 커다란 나무 도마가 놓여 있었다.
"돼지국밥 세 개 주세요. 하나는 따로로 주시구요."
국밥이 나왔다. 뽀얀 국물 속에는 머리 고기와 앞다릿살 등 다양한 돼지고기 부위가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비계가 적당하게 붙은 고기는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웠다.
아이의 국을 식히기 위해 숟가락으로 국물을 저어 보는데,
아이의 뚝배기에는 먹기 좋은 살코기만 가득 담겨 있었다.
부드러운 목살 부위인 것 같았다. 주인이 아이의 국밥에는 일부러 살코기만 골라
넣어준 것이다. 아이는 국물에 밥을 조금 말고 살코기를 건져 소금에 찍어 먹으며
말끔하게 한 그릇을 비웠다. 홈런.
되도록 한 번 간 집에는 가지 않으려고 한다. 인생은 짧고 우리가 가야 할 식당은 많으니까.
점심시간만 되면 나는 이 집 설렁탕은 어떤 맛일까, 저 집 김치찌개는 어떤 맛일까 궁금해진다.
삼진 아웃, 병살타, 외야플라이......
실패할 때가 더 많지만 뭐 어쩌랴, 시도에는 실패가 따르는 법이니까.
다행인 건 내가 음식에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맛도 있군. 그럴 수도 있겠어. 놀라운 맛인데, 이 음식은 재미있군, 좋은 경험이었어.
이러면서 식당 문을 나선다. 그리고는 맛 같은 건 금방 잊어버린다.
대충 톺아보니 나의 '맛집 타율'은 2할9푼에서 3할1푼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
이만하면 꽤 괜찮은 타자 아닐까?
뭐 어쨌든, 지나간 끼니는 잊고 다음 끼니를 기대합시다.
지나간 끼니는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요. 다음 끼니를 향해 출발.
조금 더 너그러워지면 조금 더 즐길 수 있는 것이 인생 아니겠습니까.
*최갑수의 <음식은 맛있고 인생은 깊어갑니다>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