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1010금 사랑하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들을
그대아침
2025.10.10
조회 220
섬이 좋아 도시를 버리고 직장을 버리고 섬에 눌러앉은 사람들도 있다. 
덕적도에서 우리가 묵은 곳도 그랬다. 섬이 좋아 섬에 터를 잡은 젊은 부부의 집이었다.
병이 도져서 도저히 도시에서는 살 수 없었다는 민박집 주인부부는 한 마흔쯤 되었을까.
참, 때 묻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서포리 바닷가를 마치 제 마당처럼 앞에 둔 그곳에서,
육지로 떠나지 못한 우리는 정말 바다를 원도 한도 없이 바라보았다.
배를 놓치기 전날은 덕적도에서 배를 타고 한두 시간 더 들어가는 백아도를 다녀왔다.
구멍가게 하나 없어서 맥주 한 병도 살 수 없던 곳, 우리는 그곳 이장님 댁에서 묵었다.
그 집 아주머니가 끓여주는 매운탕 맛도, 매일 직접 잡아 상에 올리는 생선회의
달고 싱싱한 맛 또한 섬 여행의 진수 중 하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섬 여행의 매력은 
그곳에서 철저히 혼자가 되어보는 것이 아닐까? 책 몇 권 들고 가서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 드러누워 세월아 네월아 시간을 죽여도 좋은 곳,
도시로 돌아가면 나 자신도 머지않아 섬병이 도질 것만 같았다.

스무살 시절엔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았다. 외로운 건 섬이 아니다.
섬에서 섬으로 가려면 배를 타고 가면 된다. 몇날 며칠 안개가 자욱해서
배가 뜨지 않더라도, 그저 배만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나'라는 섬에서 '너'라는 섬으로 가려면 우리는 무엇을 타고 가야 할까?
우리 모두는 다 하나의 작은 섬이다.
지독하게 고독했던 젊은 날 우리 모두는 그저 표류하는 섬이었다.
섬과 섬이 만나서 아무리 곁에 있어도 그저 따로따로 섬일 수밖에는 없는
인간 존재의 고독감을 그때처럼 절실하게 느낀 적이 또 있을까?

지금 나는 일부러 고독을 찾아 섬으로 간다.
고독은 참으로 사람을 맑고 투명하게 해준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덕적도에 가면 서포리나 밭지름 해변도 좋지만, 능동자갈마당에 꼭 가볼 일이다.
평범한 자갈돌이 깔린 그곳을 이쪽에서 저쪽 끝으로 걷다보면,
그 자갈들이 마치 이 지구상의 돌들이 아니라 
낯선 혹성에 불시착하여 본 신비한 돌들로 보인다.
그곳이 화성일까? 달나라는 아닐까?
정말 산책하기 참 좋은 별 지구, 그중에서도 덕적도,
그 무심하게 떠나가던 배를 어찌 잊을까. 
우리의 삶도 어느 날 저 떠나가는 배처럼 무심하게 떠나가리니 사랑하라.
무심하고 아쉬워서 더욱 아름다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들을.....

*황주리의 <산책주의자의 사생활>중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